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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96책 국보 추가 지정
  • 김경훈 기자
  • 등록 2019-06-25 11: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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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고(最古) 사리공예품「부여 왕흥사지 출토 사리기」도 함께 국보 지정

[일간환경연합 김경훈 기자]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조선왕조실록 정족산사고본의 누락본 7책, 적상산사고본 4책과 오대산사고본 1책, 봉모당본 6책, 낙질 및 산엽본 78책 등 ‘조선왕조실록’ 96책을 확인해 국보로 추가 지정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리기인 ‘부여 왕흥사지 출토 사리기’를 국보로 지정하였다.
 

조선왕조실록은 조선 시대의 정치‧사회‧외교‧경제‧군사‧법률‧문화 등 각 방면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기록으로, 국왕도 마음대로 열람하지 못했을 정도로 진실성과 신빙성이 매우 높은 사료다. 이러한 이유로 1973년 국보 제151호로 지정되었으며, 이후 국제적으로도 가치를 인정받아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이번 추가 지정은 2016년 문화재청이 국보 제151-1호인 ‘조선왕조실록 정족산사고본’의 일부가 1973년 국보로 지정될 당시부터 누락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을 포함해 기타 소재지를 파악해 일괄 조사한 결과다.

 

이렇게 해서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85책/정족산사고본 7책, 낙질‧산엽본 78책)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9책), 국립중앙박물관(1책), 국립고궁박물관(1책)에 소장된 실록을 추가로 확인하였으며 이 중에는 1973년 국보 지정 때 누락됐던 것도 있고, 국보 지정 이후에 환수됐거나 별도로 구매한 것도 있다.


국보 제151-1호에서 누락된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 「성종실록(成宗實錄)」 7책은 정족산사고본(鼎足山史庫本)인 제151-1호에 편입되었고 2018년 일본에서 환수된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효종실록(孝宗實錄)」 1책은 국보 제151-3호 오대산사고본(五臺山史庫本)에 편입되었다. 


특히, 6.25전쟁 때 북한군이 북으로 반출하여 국내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던 적상산사고본 실록(4책)이 국립중앙박물관(1책)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3책)에 나눠서 보관되어 온 사실을 파악하고 추가 지정한 것은 대표적인 성과로 꼽을 수 있다.

 

국보 제151-4호「조선왕조실록 적상산사고본(朝鮮王朝實錄 赤裳山史庫本」의 지정을 계기로, 완질 또는 일부 형태로라도 국내에 전해진 조선 4대 사고(史庫)인 정족산‧오대산‧적상산‧태백산사고 실록의 현황을 모두 파악하게 되었고 북한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나머지 적상산사고본 실록의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보 제151-5호「조선왕조실록 봉모당본(朝鮮王朝實錄 奉謨堂本)」은 첫 면에 ‘봉모당인(奉謨堂印)’이라는 소장인이 찍혀 있고 푸른색 비단으로 장정(裝幀)한 어람용(御覽用) 실록으로, 주로 역대 국왕과 왕비들의 생애와 행적을 기록한 일대기이다.

 

조선 후기에 어람용 실록을 특별히 제작한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자, 조정에서 논의된 국정(國政)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객관성 유지를 위해 끝까지 왕에게 보이지 않은 사관(史官)들의 철저하고 일관된 태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사례이다.


또한, 국보 제151-6호「조선왕조실록 낙질 및 산엽본(朝鮮王朝實錄 落帙 및 散葉本」은 정족산사고본, 태백산사고본, 오대산사고본 등에 속하지 않는 낙질(落帙) 성격의 또 다른 실록 67책과 기타 산엽본 11책 등 총 78책이다.

 

낙질본은 원래 사고에서 제외된 중간본(重刊本) 실록이 다수이고, 산엽본은 정족산사고본 실록의 낙장(落張)을 모아놓은 것이다. ‘낙질 및 산엽본’은 재해로 인해 훼손되었거나 일부를 오리거나 붙여서 수정한 흔적이 많지만 ‘후세에 전할 역사의 증거’라는 인식에 따라 잔편(殘片)이라도 소중히 보존해야 한다는 시대정신과 실록 편찬 상황을 생생하게 담고 있는 근거 자료로서 의의가 크다.


 
이렇듯 이번에 지정된 조선왕조실록은 갑작스러운 재난에 대비하여 여러 사고에 나누어 보관한 체제와 수정과 개수(改修) 등 실록 간행의 종합적인 실상을 알려주고 선조들의 철저한 기록관리 정신을 다시 한 번 증명해주는 문화유산이다. 유무형의 진실성과 신빙성은 한 나라의 역사를 넘어 인류문화사적으로도 매우 탁월하며, 이러한 이유로 국보 제151호에 추가해 지정하기에 충분하다.


국보 제327호 「부여 왕흥사지 출토 사리기(扶餘 王興寺址 出土 舍利器)」는 2007년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가 백제 왕실 사찰인 왕흥사터(王興寺址)의 목탑지(木塔址)에서 발굴한 유물로,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알려진 사리기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출토 당시 금당(金堂, 대웅전) 앞 목탑지의 사리공(舍利孔, 사리기를 넣은 네모난 구멍)에서 진흙 속에 잠긴 채 발견되었고, 이후 보존처리를 통해 지금의 찬란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리기는 겉에서부터 순서대로 청동제사리합-은제사리호-금제사리병 순의 3가지 용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청동제사리합 겉면에 새겨진 명문(銘文)을 통해 577년(위덕왕 24년)에 만들어진 사실이 확인되었다. 명문에 의하면 이 사리기는 백제 위덕왕(威德王)이 죽은 왕자의 명복을 빌고자 발원(發願)한 왕실 공예품이다. 제작 시기가 명확한 사리기로서, 연대가 가장 빨라 우리나라 사리기의 선구적인 위치에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의의로 꼽힌다. 
 

공예적인 측면에서도 안정되고 세련된 형태, 세부 구조물을 주조하고 접합한 기법, 표면을 깎고 다듬는 기법 등에서 수준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어 백제 장인의 숙련된 솜씨가 엿보인다.

 

특히, 단순하고 단아한 모습과 보주형(寶珠形) 꼭지, 그 주위를 장식한 연꽃문양 등은 525년(백제 성왕 3년) 조성된 ‘공주 무령왕릉 출토 은제탁잔(公州 武寧王陵 出土 銀製托盞)’과 639년(백제 무왕 40년) 제작된 ‘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益山 彌勒寺址 西塔 出土 舍利莊嚴具)’(보물 제1991호) 등 후대에 조성된 삼국시대 고분 유물에서 볼 수 있는 선구적인 양식으로 주목된다.   


이처럼 6세기 전반 사리공예품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부여 왕흥사지 출토 사리기」는 백제 왕실 공예품이라는 역사적․예술적 가치, 현존하는 가장 이른 시기의 절대 연대를 가진 작품이라는 희소성과 뛰어난 작품성으로 우리나라 공예와 조형 예술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매우 높은 작품이다.


문화재청은 해당 지방자치단체, 소유자(관리자) 등과 적극적으로 협조해 이번에 국가지정문화재(국보)로 지정된 문화재가 체계적으로 보존‧활용될 수 있도록 하고, 정부 혁신 차원에서 보물의 가치 재평가를 통해 국민과 공감대를 이루는 문화재 행정을 적극적으로 구현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조선왕조실록 정족산사고본_설종실록1_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국보 제15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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